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란 복합적인 발달장애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용어입니다. 자폐 아동을 진단할 때 현재 보편적인 진단기준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y Association, APA) 에서 발간된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 로 주로 DSM-Ⅳ로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었으나 새로운 진단기준으로 신경학적 측면을 고려한 ‘신경발달장애’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 DSM-5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폐 장애, 아스퍼거 장애, 상세불명의 전반적 발달장애라고 분류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통합시켰습니다.
DSM-Ⅴ에 의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으려면 1.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교류의 지속적인 장애 2. 행동, 관심 및 활동이 한정되고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양상 3. 증상들은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야 함 4. 증상들은 함께 매일의 기능을 제한하고 장해를 유발해야 함과 같이 다음 4가지 진단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사회적 상호작용 영역에서는 사회정서적 상호교환성의 결핍, 사회적 상호작용에 사용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동의 결핍, 보호자가 아닌 사람과 발달연령에 맞는 적절한 관계를 형성, 유지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두 번째로 행동, 관심 및 활동이 한정되고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양상에서는 상동화되고 반복적인 움직임, 사물의 사용, 또는 말,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대한 융통성 없는 집착, 또는 틀에 박힌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 매우 제한적이고 고정된 관심, 감각적인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반응성 또는 환경의 감각적 측면에 대해 유별난 관심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기존의 역학연구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을 10,000명당 4.8명 정도로 보고하였으나 DSM-Ⅳ 발표 이후 보고되는 유병률은 10,000명당 10~16명 정도로 발생률이 점차적으로 증가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신 등(2011)이 대규모 전수조사를 통해 발표한 유병률이 2.64%였고,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결과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녀 유병률 비율에서도 모든 연구에서 남아가 여아보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비율에서도 남녀대비 남아 3-4명당 여아 1명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일정한 편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되며 대부분 유전적 위험요소와 환경적 위험요소가 함께 작용하여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유전적 원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높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질환으로 유전율은 80%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환자의 형제나 부모에게서 인지기능장애나 의사소통장애 등 넓은 범위의 자폐 표현형이 흔하게 보고됩니다. 결론적으로 ASD는 복합유전질환이며 선천적, 후천적 유전인자, 그리고 환경인자가 상호작용한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2) 환경적 원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생과 관련하여 가능성이 높은 환경적 원인들은 주산기 감염, 고연령 임신, 대기오염 물질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요소들과 자폐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과학적 증거로는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1) 사회성의 결핍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은 사회적 접근이나 상호작용을 전혀 시작하지 못하는 것부터 부적절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그에 따라 영유아기에는 사람과의 눈맞춤을 회피하거나 한곳을 응시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반면 ASD를 가진 고연령 아동이나 청소년에서는 상대편이 불편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눈을 빤히 쳐다보는 등의 부자연스러운 눈 맞춤이 나타납니다. 이와 동반하여 비언어적인 몸짓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ASD아동은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 역시 느리게 발달합니다. 대화 시 자신의 관심하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아 대화는 쉽게 중단되고, 관심사를 공유하기 어렵게 됩니다.
2) 반복적이고 제한된 행동, 관심, 활동
ASD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으로는 첫 번째로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빙글빙글 돌기, 위아래로 뛰기 등과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같은 문구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들은 말은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 상대방이 말을 마친 후에 곧바로 따라하는 즉각반향어,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지연반향어 등과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만 3세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세 번째로는 매우 제한되고 고정된 형태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도나 집착이 지나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놀이를 하는 도중에도 특정 장난감만을 고집하며(예: 레고, 기차 등)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해 오던 규칙을 융통성 없이 그대로 반복하려고 합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등교하기 등 일상의 약간의 변화만 발생해도 작게는 초조함을 느끼고 크게는 공포감으로 다가오게 되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주변에서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자극, 예를 들면 소리(변기 물내리는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등) 나 빛, 냄새, 신체적 접촉 등과 같은 외부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혹은 둔한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통증에는 지나치게 둔감한 경우도 있습니다.
DSM-5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매우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ASD 아동들은 12~24개월 사이에 발달 이상을 보이며 12개월 이전에도 위험 징후가 있다고 합니다. 조기에 개입할수록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고 생후 24개월 이전에 보이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l 눈 맞춤과 사회적 미소를 보이지 않음
l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음
l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함
l 몸짓 등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음
l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지 않음
l 합동 주시에 대한 반응이 없거나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 없음
ASD 아동의 좋은 예후를 위해 조기에 진단 및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진단과정에서 평가도구를 사용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여러 도구들 가운데 ASD 진단에 널리 사용되는 도구로는 자폐증 진단관찰척도(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이하 ADOS), 자폐증 진단 면담 개정판(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이하 ADI), 아동기 자폐증 측정 척도(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이하 CARS) 입니다.
1) 자폐증 진단관찰척도(ADOS)
아동을 직접 관찰하는 반구조화된 도구로서 놀이나 대화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여기서 드러나는 행동을 관찰,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게 됩니다.
대상연령 : 영유아기~어른
시행시간 : 30~45분정도 소요
시행방법 : 검사자는 주고받기, 상징놀이, 비구어적 기술과 대화기술 등과 같은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8가지 과제들을 실시
장점 : 비언어적 아동을 대상으로 발달지체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구분하는데 효과적
단점 : 부모와의 상담이 빠져있어 ADI를 이용한 부모 상담의 보충이 필요함
2) 자폐증 진단 면담지 개정판(ADI)
아동의 주 양육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통해 세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아동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여 평가하는 ADOS와 상호보완적 도구로 이용됩니다.
대상연령 : 최소 만 2세가 넘어야 가능
시행시간 : 1시간30분~3시간가량
시행방법 : 총 93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 양육자에게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특징적 행동을 중심으로 아동의 과거의 행동과 현재의 행동을 설명하도록 함
장점 : 현재 실시되고 있는 평가도구 중 일치도가 가장 높음
단점 :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실제적인 임상상황에서 사용되기에 어려움이 크다
부모로부터 얻는 정보에 의존하므로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 대하여 갖고 있는 선입견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3) 한국형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CARS)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평가도구로서 ASD 아동을 진단하거나 ASD 아동을 다른 발달 장애 아동과 구별하도록 사용됩니다. 그 중 자폐성 장애의 상태 확인을 위해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상연령 : 만 2세이상 모든 연령군의 아동
시행방법 : 15개 하위항목(DSM-Ⅳ 진단기준과 유사하게 구성)으로 구성된 행동들을 각 문항마다 1점에서 4점까지의 척도로 평정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15개 영역의 측정점수들을 더하여 진단이 이루어진다.
장점 : 아동과 친밀한 여러 사람들이 쉽게 측정할 수 있음
구조화된 관찰을 덜 해도 가능함
단점 : 시행하는 검사자에 따라 검사 결과의 편차가 크다고 알려져 있음
전형적인 자폐증상을 평가하는 경향이 높아 최근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개념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비판이 있음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매우 다양한 질환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동반되는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실제로 ASD 아동의 41~78%에서 ADHD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경우 행동문제가 더 심각하고, 학습적인 성취 역시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2) 불안해 보이는 아동
ASD를 가진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불안입니다. 불안은 결국 사회적
상호작용의 이상과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3) 예민하고 공격적인 아동
충동적인 공격성, 심한 분노발작, 자해행동 등을 보이며 심한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게 됩니다. 대체로 30% 전후의 ASD 아동에서 이러한 증상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ASD 아동이 불안이나, 강박증, 주의력 결핍, 공격적인 행동이나 문제행동 등을 보이는 경우 이를 치료할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 상동행동과 강박증상
이론적으로 세로토닌 길항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or, SSRI)와 클로미프라민(clomipramine) 은 정상발달 아동의 강박증과 불안장애에 효과가 있으며, 실제 ASD에서 세로토닌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치료 약물로서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과민함, 분노발작, 공격성 등이 증가하는 경우가 75%나 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한편, 항정신병 약물은 자폐에서의 상동행동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론적으로는 ASD 아동에서의 상동행동과 강박증상에는 SSRI와 같은 항우울제보다는 항정신병 약물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2) 과민함, 분노발작, 공격성
ASD 아동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에는 과민함, 분노발작, 공격적인 모습 등이 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은 이와 같은 증상에 효과적인 약물로 리스페리돈(risperidone),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이 두 가지를 승인, 인정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승인된 이 두 가지 약물은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도 주의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는 식욕증진을 보이며 그로 인해 체중증가, 심혈관계 부작용 등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3) 자해행동
실제 자해행동을 하는 ASD 아동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몇몇 사례에서 날트렉손(naltrexone)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아동의 정서적인 어려움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항정신병 약물 혹은 항불안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과잉행동
과잉행동은 ASD 아동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 중 하나로 ADHD 아동에서 흔히 쓰이는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와 아토목세틴(atomoxetine)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ADHD 아동에 비해 치료 반응률이 떨어지고, 부작용 발생률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ASD 아동의 형제, 자매들은 부모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어 똑같이 발달 되어야 하는 시기에 혼란스러움, 좌절감 등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그들에게 ASD 아동의 특성과 구체적인 정보 등을 제공하며 이들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1) 구체적인 정보 제공하기
ASD 아동들의 특징적인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해 형제자매들에게 체계적인 설명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부모들과 자폐성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 잘못된 정보나 오해하고 있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고 연령에 따라 이해능력이 변화되므로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SD 아동의 형제자매가 꼭 알아야 할 사실**
l 자폐는 다른 사람에게 옮는 병이 아니다
l 장기 암기력이 특별히 뛰어나다
l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건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서다
l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l 동생이 무언가를 저질렀지만, 그건 그 아이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l 내 동생만 자폐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다
2) 공평하게 대하며 가족 전체의 삶 중시하기
부모들은 ASD 아동에게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므로 ASD 아동의 형제자매들은 불공평에 대한 불만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부모는 때때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형제자매에게 자주 표현해주고 안심시켜주며 아이들이 ASD 아동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겉으로는 잘 보살펴 주는 아이들의 감정상태도 항상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부정적인 감정 수용하기
형제자매들은 분노, 슬픔,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친구들이 장애 형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는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자녀에게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