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ADHD 검색 시작했다…'코…
[중앙일보 = 이민정 기자]
"아이들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2년 사이 3배 이상이 늘었어요"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서울대학교 김붕년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10대 아이들이 온라인에 올린 각종 게시글 등 4000만 건을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로 나눠 비교 분석해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신이 ADHD가 아닐까 걱정하는 걸 넘어 치료 받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무엇이 이토록 아이들을 힘들게 한 걸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김 교수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코로나19 2년, 아이들은 자신이 ADHD가 아닌지 의심했다
Q 스스로 ADHD를 의심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요?
A 우리 연구팀이 코로나 시대 초등 고학년부터 고등학생의 온라인 활동 패턴을 분석해보니 ‘아이들 스스로 ADHD를 검색한다’는 특징이 발견됐어요. 코로나 이후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 왜 늘었는지를 봤는데, 아이들의 ADHD 검색량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더군요. 물론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온 양육자의 역할도 컸겠지요. 중요한 건 ADHD에 대한 관심, 걱정, 검색량, 치료에 대한 욕구가 정신과 방문 횟수와 연결됐다는 거예요.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스스로 ADHD를 의심하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죠.
Q무엇이 ADHD에 대한 걱정을 자극한 걸까요?
A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선 ‘갓생’이라는 키워드를 알아야 해요.
Q 갓생이요?
A 신을 뜻하는 갓 'God'과 인생을 뜻하는 한자 날 생 '生'을 더한 신조어예요. 신처럼 산다는 거예요. 신처럼 자기 마음대로 산다는 뜻이 아니라, 신처럼 완벽하게 살아간다는 뜻이에요. 쉽게 말해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사는 거죠. 아동·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게임·커뮤니티 문서에 등장한 언어를 분석했더니,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갓생’었어요. 코로나19 이후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더 커졌다는 의미죠.
Q ‘갓생’과 ADHD에 대한 걱정은 어떻게 연결될까요?
A 갓생과 가장 밀접한 연관어가 ‘공부’였는데요, 타의 모범이 될 정도로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예요.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학업에서 두각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는 거죠. 어린 시절부터 세뇌를 받으면서 자동으로 ‘갓생’을 롤모델로 정하고, 그만큼 열심히 살려고 애썼던 거죠. 그런데 코로나19가 그 욕구를 가로막았습니다.
Q 코로나19가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구를 막았다고요?
A 일차적으로 학교에 못 갔죠. 온라인 수업으로 따라가야지 했는데, 집중이 쉽지 않아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평가를 보면 “오래도록 쳐다보기 힘들다”,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쉽게 멍해진다”, “내용이 금방 지나 가버린다”는 내용이 상당수입니다. 문제는 그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는 거예요. 갓생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보면서 자신을 보잘것없다고 평가하고, 자신을 굉장히 미워해요. 그리고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겠다며 ADHD를 검색하기 시작해요. “내가 ADHD 아닐까?” 의심하고, 약물치료 방법을 찾는 겁니다. 수면제를 찾는 아이들도 늘었어요. 아침에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취침 시간대가 점점 늦어지는 수면위상지연(Sleep delayed phase)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제시간에 자야지’라고 마음은 먹는데, 실제로 원하는 시간에 잠들기가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면제를 찾고 있는 거고요.
Q 코로나19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부담이었겠군요.
A 그렇죠. 우선 코로나19 상황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기통제력 이상의 것을 요구했어요. 일단 활동에 제약을 받았어요. 나가서 뛰어놀고 싶은데 얌전히 집에 앉아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의 분노와 짜증이 단순히 자기통제능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이건 아이들에게 불가능한 일이에요. 온라인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자기통제력을 앉아있는 시간으로 이야기하는데요, 3~6세까지 10~15분, 7세 미취학 아이들은 30분, 초등 1학년 쯤 되면 40분, 이후 점진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은 하루 5~6시간을 앉아있어야 해요. 자기 의지로 쉬는 시간, 수업 시간을 챙겨야 했죠. 아이들에게 능력치 이상의 자기 통제를 강요한 겁니다. 반대로 경험과 자극은 모두 빼앗아갔어요. 활동 공간은 사라졌고,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줄었죠. 남은 건 온라인밖에 없어요. 게임과 SNS가 전부예요.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온라인 사용량이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어요. 코로나19 방역으로 갈 데 없는 아이들이 다 온라인으로 모였다고 볼 수 있죠. 이런 환경에서 화와 짜증이 늘었다고 모두 ADHD 환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Q 실제로 ADHD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일까요?
A 이번 분석 결과는 ADHD 환자가 늘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소아·청소년 ADHD 환자는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건강한 아이들조차도 ADHD 증상을 보이게 할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는 겁니다. 더 안타까운 건 10대 아이들은 이미 뇌 안에서 이중 고통(Two Hit Theory)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Q 아이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A 코로나19 상황에 아이들이 유독 고통을 겪는 이유는 뇌 때문이에요. 아이들의 뇌는 격변 중이거든요. 특히 10대 아이들은 전두엽의 일시적 기능 저하, 그리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으로 정서적 취약기를 거칩니다. 가뜩이나 뇌가 격변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덮쳐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죠. 아이들의 뇌 발달 특징을 이해하면, 아이의 문제 행동도 이해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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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의 일시적 기능저하=10대는 뇌가 리모델링되는 시기입니다. 이때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원칙에 따라 전두엽을 중심으로 가지치기가 일어납니다. 불필요한 신경세포나 시냅스는 사라지고, 생존에 필요한 부위들만 효율적으로 발달한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이 불안정해지면서 그 기능이 일시적으로 취약해집니다. 그래서 이 시기 아이들은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자기중심성이 강해지면서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또 짜증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을 소화하지 못해서 공격성, 반항성을 보이게 됩니다. 충동 조절도 어려워 집중력이 떨어지고, 예측 능력도 저하돼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중독과 자해가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의 편도체 자극=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10대 초반부터 약 10년 간 급증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는데, 그 결과 세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우선 불안과 공포심이 커지고요, 둘째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경쟁심이 강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분노나 공격성을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되는데요, 이때 적절한 제재가 없으면 폭력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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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부담될까 봐”…홀로 고통 삼킨 아이들
고통받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대상은 양육자다. 양육자가 아이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찾는 것. 이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양육자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대신 스스로 그 고통을 감당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양육자에 대해 느끼는 세 가지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아이들은 양육자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A 첫번째는 “부담 주기 싫다”입니다. 코로나19로 자신들 만큼이나 엄마·아빠도 힘들어한다는 걸 안 거예요. 코로나19는 모든 세대를 위축시켰어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고통도 컸죠. 이런 양육자의 어려움을 아이들도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힘들다고 하면 엄마 아빠에게 부담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Q 양육자가 힘든 걸 아이가 어떻게 알죠?
A 당장 코로나로 인한 실직, 수입 감소 등 가계 경제가 악화됐잖아요.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감염에 대한 두려움, 고립 등으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한 양육자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와 양육자가 한집에 함께 있으면 어떻게 되겠나요? 갈등이 많아지면서 관계가 악화했겠죠. 결국 경제적 어려움, 양육자의 정신 건강 문제, 관계 악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아이들도 입을 닫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Q 하지만 도움을 요청한 아이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도움을 구했던 아이들도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감정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게 아이들이 양육자에게 느꼈던 두번째 감정이에요.참 슬픈 얘기죠. 아이들의 말 중에 “엄마·아빠가 너무 바빠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양육자도 아이를 도와주는 데 한계가 생겼어요. 아이들이 “우울하다”, “불안하다”, “잠을 잘 수 없다”,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해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찾았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겠죠. 그런데 이때 좋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 문제가 커집니다.
Q 아이들이 찾은 자구책이 뭔가요?
A 탈선이에요.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술, 담배, 자해,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아이들이 늘었어요. SNS 상에서 자해와 관련된 키워드 검색 빈도가 두 배 이상 늘었어요. 이 가운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30% 정도밖에 안 돼요. 나머지 70%는 관심 끌기에요. 내가 이렇게 힘드니까 좀 도와달라는 걸 에둘러 표현한 거죠.
Q 그런데 왜 양육자들은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A 그 이유는 아이들이 양육자에게 느끼는 세번째 감정과 연결됩니다. “들키면 안 된다”는 감정이요. 아이들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양육자들은 혼만 낸다는 거예요.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비난하고, 혼만 내니 아이들은 마음을 더 닫게 되는 거죠. 문제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사회적 감염력을 갖기 때문에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 정서 활동을 살려주자
뇌가 격변하는 시기에 코로나19 라는 특수 상황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게 아이들, 특히 10대 아이들에게 코로나19가 최대 위기가 된 이유다. 그러나 김 교수는 “내 아이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문화와 예술, 체육 활동을 통한 정서 교육”이라고 했다.
Q 문화·예술·체육(문·예·체) 활동, 왜 중요할까요?
A 정서 활동은 불안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불안이 올라오면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제대로 활동하기가 어려워요. 그럼 죄책감이 생기고, 자기비하로 빠지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게 문·예·체 활동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10대 초기에 겪는 뇌 발달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문·예·체 활동은 감정을 수용하고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경험을 하며 방어 전선을 만들어 줍니다.
Q 하지만 학업에 치여서 이런 활동은 사치로 느껴집니다.
A 공부를 끊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루 활동 비율이 공부 90%인데 반해 문·예·체 활동은 5%에 불과합니다. 이 비율을 15%나 20% 정도까지만 이라도 높여주자는 겁니다. 이 정도만 돼도 건강하고 균형 잡힌 뇌 발달이 이뤄지고, 그 경험을 발판으로 평생 행복을 느끼면서 살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어린 시절, 특히 청소년기 때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시기 뇌가 예술적 감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기 때문인데요. 이 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감소해서 나이가 들면 감수성이 떨어지고, 정서적 교감 능력도 고갈되죠. 10대 시절 별도 시간을 내서라도 문·예·체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문·예·체 활동, 뭐가 있을까요?
A 좋은 음악, 시와 글, 그림 등을 직접 감상하거나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 그리고 운동이에요. 여기에는 게임 등 온라인 활동도 포함됩니다. 게임도 문화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게임, 유튜브, SNS 등 온라인 활동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옛날에는 없던 중요한 문화 활동이에요. 문제는 어떤 콘텐트를 접하느냐입니다. 아이들의 뇌 발달에 좋은 콘텐트로 채우는 건 양육자의 역할입니다. 온라인 활동을 무조건 막기보다 이를 통해 좋은 음악을 듣고, 다양한 예술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의 질병이 되면 아이들에서 빼앗았던 경험과 자극을 되살려주는 데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라”고 강조했다.
"신체 활동과 스킨십을 중심으로 문·예·체 활동을 할 때 함께 하세요. 그렇게 놀아주는 겁니다. 그러면 지난 2년간 지연됐던 정서 발달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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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당신을 위한 세 줄 요약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삼중 고통에 시달리는 중. 10대 뇌 발달 과정에서 겪는 전두엽의 일시적 기능저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자극으로 인한 정서조절 어려움 속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이 시기 접촉 상실, 집중력 하락, 과도한 자기조절통제 강요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은 더 커져.
·양육자도 큰 도움 안돼. 양육자의 경제적 어려움, 코로나 블루, 가족 간 불화 증가가 양육자에 대한 도움 요청 가로막아. "부담 주기 싫다는 생각"에 고통 감추고, 일탈·자해로 빠지며 위기 가중.
·위기는 기회, 올 여름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되면 양육자는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정서 자극을 회복시켜야. 평소에는 불안을 자극하는 말을 끊고, 아이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하고 수용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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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8268